끊임없이 재미있는 드라마가 생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것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드라마가 가짜이기 때문이다. 진짜 우리네 인생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들이 계속되지만, 드라마는 우리에게 12회짜리, 그러니까 12시간의 가장 신나고 재미있었던 인생의 순간들을 모아놓은데 이유가 있겠다. 가장 젊고 아름답던 우리네의 순간들, 가장 열열히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들, 가장 열정적으로 세상을 위해 싸웠던 순간들, 가장 가슴뛰게 나의 인생을 살았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모아 놓았으니 우리는 드라마에 열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복적이고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순간 순간들을 살아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순간들이 없다면, 그렇게 쌓아올려놓은 한블럭 한블럭의 인생의 선택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가장 폭발적으로 열정적일 수 있는 순간에 내 영혼을 쏟아내는 선택을 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다.
나는 드라마 중독자의 한명으로써, 최근에 '그해 여름' 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했다. 주인공 국연수는 전교1등에 광고회사의 팀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가장친한 친구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껍데기만 돌아다니는것 같다." 우리는 어떠한가. 얼마전에 나는 출입국사무실, 그리고 운전면허사무실에 갔다. 그곳에 있던 직원들은 하나가찌 "껍데기만 돌아다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사람을 하나의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하나의 어떤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왔다가 가는 어떤 것. 눈을 마주치려 들지도 않았고, 미소는 찾아 볼 수 도 없다. 나는 친절함을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간대접은 받고 싶었나 보다.
하루의 가장 긴시간을 우리는 그렇게 보낸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썩은 생선 눈깔을 하고 기계처럼 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엄마는 같은 눈깔을 하고 아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더이상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휴대폰의 기삿거리나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의 잘잘못을 따지며, 내가 불행한 이유는 이들 때문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그 쪽으로 돌릴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필요가 없다. 우리는 다시 반짝 반짝 빛나던 5살의 눈빛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단지 조금더 진실되고, 나의 어려움과 실수들을 나눌 필요가 있을 뿐이다. 친구와,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 필요가 있다.
일주일전 10명의 학생들과 교육을 진행했는데, 그 중의 대다수 친구들은 '언제가 제일 행복하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수다 떨고 놀때가 제일 재밌고 행복하다'고 했다. 그건 우리가 인간이고 인간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웃고 떠들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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