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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삶

10대가 되어도 더 사랑하자

by 규블리 2022. 2. 5.

예전에 소공녀라는 책이 있었다. 어디서 받은 책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있었던 몇안되는 책중에 하나였다.
가난했던 주인공이 진짜 부모를 찾는데 부자집이었다는 내용이다.
언제나 나는 꿈에서 깨서 나의 부모님이 부자였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적이있었다. 그런데 나의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 아니기에는 나와 아버지가 너무나 비슷하게 생겼다는 증거가 빼도 밖지 못해서 그냥 그 꿈마저 꿈으로 남기고 말았었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아빠는 내가 멀리서 집에 걸어오는 모습만 보아도 "보름달이 따로 없네"라며 함박웃음을 짓거나 "우리 딸 천재네. 천재이규"라고 했다. 내가 그 나이때 어울리지 않게 조금 똑똑한 편이었나보다. 시간이 지나서 어느 순간 아빠가 나에게 애정을 표현한 기억들이 없어지는데, 그때가 내몸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인거 같다.
더이상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나를 귀엽다고 볼따귀를 꼬집지도 않았고, 보고도 못본척 하기 시작했다.
아마 내 몸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160을 넘어서게 되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보며 위압감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초등학교 6학년에 들어가자 169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얼굴과 마음은 어린이지만 몸집은 어른이 되어버리고, 몸 도 커지고 머리카락도 굵어지면서 예쁘게 꾸미지 않는 이상 반곱슬머리과 무쌍의 맨눈, 그리고 173센치의 큰키와 마르지 않은 몸은 예쁘게 애써서 꾸미지 않는 이상은 괴물같다는 느낌이 들고 만다. 그리고 아무도 나에게 아름답다거나 예쁘다는 말을 하지않고, 더이상 큰 덩치의 여자아이에게 그 커다란 몸사이즈 빼고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는 외적인것에 대한 욕심을 버림과 동시에 외모에 대한 자존감도 없어지게 된다.


지금 와서 해보는 생각이지만, 나의 부모님이 몸은 크지만 아직 마음이 어린나를 더 사랑해주셨더라면 어땠을까 회상해본다.
아마도 부모님도 어른과 어른으로서의 관계에서 진실되게 관계맺고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테고,
자신의 아이가 몸이 커져버리니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이전처럼 볼따구를 꼬집어주며 뽀뽀를 해주고, 보름달이라고 칭찬을 해주어야 했는지
겁도나고 무섭고 몰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부모로서 10대의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단순하며 단순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해보지 않았덧 것이며 받아보지 못했던 것이기 떄문이다.
10대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어떻게 지내느냐. 삶이 어떠냐. 어떤 친구를 사귀느냐. 학교생활은 어떠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질문은 무엇이래도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듣는것이다.
설교나 잔소리를 할 필요는 없다. 이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고 어차피 인생의 선택은 자신들이 몫이다. 물론 질문을 했을 때는 우리가 아는 한에서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되도록 아이가 말을 하도록 두는 것. 들어주는것이다.
그리고 불편하더라도 가끔은 안아주자.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손도 잡아주고. 눈도 쳐다보아주자.

만약 내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셨다면, 그 당시 내가 조금더 행복하지 않았을 까 생각된다.
그시절 나는 사람들과 단둘이 남는것이 그렇게 두려웠다. 언제나 이사람이 나를 좋아할 까 좋아하지 않을 까를 머릿속으로 고민하며 불안해 했고
언제나 어디를 가나 외로웠으며, 교회를 가면 혼자 남는것이 그렇게 싫어서 책뒤에 숨었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척, 책 뒤에 숨어서 있었다. 요즘 같으면 휴대폰 뒤에 숨었겠지.
어디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책을 방어막 삼아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나는 그렇게 내 마음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집중하느라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지도 못했다.
나의 중2병은 외롭고 아팠으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내아이의 10대에는 나는 내가 말한대로 할 것이다.
그아이를 더욱더욱 사랑해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것은 사랑. 사랑 밖에 없으니까.
우리 삶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도 사랑. 사랑밖에 없으니까.
나는 내가 경험했던 외로움을 내아이가 겪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아이를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