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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둘맘 육아일기 - 1일 1세탁기, 가끔 2세탁기도

by 규블리 2020. 12. 5.

진정이가 커피를 쏟았다. 그것도 텀블러에 넣어둔 커피. 뚜껑까지 닫아 두었는데 그걸 흔들어서 엎어 다 바닥에 부어 버렸다.
그 커피가 장판 밑에, 안전문 아래에, 책꽂이 아래에 까지 흘러들어갔다. 화가 났다.
나도 안다. 26개월 아이가 뭘 알고 그랬겠는가. 나를 화나게 하려고 작정하고 그랬겠는가.
그냥 컵이 손이 닿는 곳에 있었고, 그자리에 안전문이 있었고, 책꽂이가 있었던거다.
엄마인 나는 그냥 책꽂이를 옮기고 안전문을 떼어내고, 장판아래를 물걸레가져와가지고 닦아주면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계가 아니다.
나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다.

나는 또 화를 내고 말았다.
화를 내는 것은 아무것도 소용이 없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데
마음이 조절이 안된다.
진정이에게 "저기가서 놀아. 저리가. 엄마화났어." 라고 큰소리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우울한 생각이 오전 내내 자리 잡았다.
진정이는 요즘 더더욱 나를 닮아갔다.
좋은 것만 닮아 가면 되는데 그게 아니라 나쁜 것이 눈에 보인다.

화내고 나서 또 후회하고 진정이에게 미안하다고 몇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엄마한테 전화했다. 나의 우울함과 답답함에 대해 이야기 할려고 했는데
엄마는 "애 앞에서 말하면 안되지. 다 듣는다." 라며 내가 잘못했다고 했다.
휴..ㅜㅜ 나도 안다. 내가 잘 못한거.
근데 그래도 그냥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ㅜㅜ


진정이가 커가면 갈 수록, 말을 잘하게 되면 될 수록 정신적인 트러블이 많이 생기는데,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진정이 앞에서 화상통화로 언니에게 이야기 하거나, 남편에게 말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제 말을 다 이해하는데 내가 하는 말도 다 이해할텐데
아이앞에서 아이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은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 그 불평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