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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육아

일찍자고 일찍일어나야 엄마노릇 제대로 하지 (애둘맘의 하루 25개월 4개월 아기)

by 규블리 2020. 12. 2.

몇일 동안 아주 늦잠을 잤다. 사랑의 불시착을 만나고 나서 새벽1시까지 자지 않고 드라마를 봤다. 늦은 밤, 아이들과 남편이 자고 나서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도 했고, 드라마도 너무 재미있기도 해서다. 사랑의 불시착이 끝나니 18 어게인을 보고 스타트업이랑 팬트하우스를 번갈아가면서 보고지금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보고 있다. 줄줄이 고구마처럼 재미난 드라마는 끝이 없다.

새벽 1시에 잠을 자니 아침에 일찍 일어 날 수 있을리가 만무하다. 첫째아이(진정)는 6시 30분 부터 눈을 떠서 엄마 일어나라고 내 배위에 올라 앉거나 머리를 잡아 당기거나 정신없게 만든다.

그래도 꾸역꾸역 더 자보겠다고 진정이에게 그만하라고 해보고 이불을 뒤집어 써보기도 하는데 막무가내다. 그러면 침대에서 뎅굴뎅굴 아이와 옥신각신 하다가 떠지지 않는 눈을 꾸역꾸역 떠서 어기적 거리며 일어나보면 7시 30분이다. 둘째아이(선준이)는 젖달라고 엥엥 운다. 그럼 몽롱한 상태에서 4개월 된 선준이 모유수유부터 한다. 그러다가 꾸벅 꾸벅 졸고 앉았다.
진정이는 '엄마, 엄마, 자지마'를 외친다. '엄마 블럭놀이 하자. 엄마 엄마 엄마.' 25개월된 둘째아이는 최근들어 말이 매우 많아지고 문장까지 말하게 되었다. 발음도 좋고 또박또박 말하는데, 제정신에서 볼때는 너무나 귀하고 귀여운 목소리지만 제정신이 아닐 때는 그것 조차 보이지도 않는다. 감사한 것은 남편이 아침에 만들어 놓고간 건강쉐이크를 빨대랑 뚜껑 달린 컵에 넣어 먹이고 배를 채워 살짝 입막음을 해준다.


이러고 있다간 아무것도 안될거 같아 일단 아이들 옷을 따뜻하게 입혀(애 둘 옷입혀서 나가는 준비하는 것도 시간이 굉장히 소요된다.) 유모차에 태워 공원으로 간다. 다행히 코로나가 심한 와중에 평일 아침 공원에는 사람이 없다. 진정 낮잠을 재우기 위한 엄마의 계락이 시작된다. 아이를 공원에서 한창 뛰어 놀게 한다. 나는 텀블러에 따뜻한 커피를 들고 와서 마시면서 뛰어다니는 첫째아이를 슬렁슬렁 선준이 유모차를 밀며 따라 다닌다. 한 두시간 공원에서 걷다가 나의 배꼽시계(절대 쉬지 않고 돌아가는)가 밥먹을 때를 알리면 집에 가기 싫다는 진정이를 다시 유모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온다.


제일 먼저 선준이 모유수유를 하고, 등에 들쳐 업고 내가 먹을 음식을 한다. 진정이는 다행히 혼자 잘 놀아 안전문 안에 두고 요리를 한다. 내 요리가 다 되었을 때쯤, 선준이는 등 뒤에서 잠이 들고, 진정이는 피곤한지 "엄마 엄마 안아줘"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선준이를 침대에 내려 놓고, 이제 진정이를 안아 준다. 안아주고 눈 마주쳐주고 대화도 해주고 운이 좋으면 피곤해서 침대에서 낮잠을 잔다.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 나는 행복한 점심식사를 한다. 만약에 한명이라도 잠을 안자면 이 소중한 시간도 없다. 점심식사를 하며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나의 낙이다.(물론 이쁜 아이들 얼굴보고 웃고 놀아주는것도 행복하지만) 식후 밀크티 한 잔은 보너스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용한 나의 시간이 소중한다. 그리고 긴장된 상태로 언제 아이들이 깰 것인가 조마조마 기다린다.
진정이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을 애써 다 잡고 보고 있던 드라마를 끄고 최대한 환한 미소로 "진정이 일어났어~" 하며 안아준다. 아이에게 너희가 자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라는 인식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너희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를 전달 할 수 있을 만큼 환하게.

그리고 신나는(..)오후가 시작된다. 진정이는 일어나면 금방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래서 한동안 안고 대화를 한다. "잘 잤어? 무슨 꿈 꿨어? 엄마 보고 싶었어? 배고파? 뭐 먹고 싶어?" 등등. 돌아오는 대답은 "응, 응, 응"뿐이지만 마음이 활력을 되찾을 때 까지 관심과 집중을 준다.
오후시간은 오전시간의 반복된다. 남편이 4시에 퇴근을 하고 돌아 올 때까지 나는 행복한(..) 엄마로써 아이들을 돌본다. 그리고 남편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면 그 때 진정이와 함께 정말 신나는 목소리로(이건 진짜 신나서) 환영한다."우와~ 아빠 왔네~~~~~" 환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집을 탈출할 계획을 짠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지. 가끔은 남편이 1시간 정도 바람 쐬러 갔다 오라고 하기도 한다. 그럼 카페가서 블로그나 유튜브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하는데, 이 코로나 시국에는 집을 나가 갈 곳도 없어서 아파트 로비에 앉아있을 때도 있다.
혹은 3개월 끊어놓은 필라테스를 다녀 온다. 이 소중한 한 시간으로 나는 활력을 되 찾고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재잘재잘 떠든다.
이제 또 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간단히 엉망진창이 된 방을 정리하고 아이를 재운다.
재우고 나면 조용한 시간 할 수 있다면 남편과 차 한잔 나누지만 남편이 너무 피곤한 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니까 9시에 취침하시는 바른생활 어른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한편만 보고 잔다는게 2편, 3편, 4편을 보다가 너무 늦어 안되겠다 싶을 때까지 보고 만다. 다음날은 또 몽롱하게 보낼 것을 알 면서도.....



이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몽롱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틀 전부터 10시 30분에 잠들었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침 7시에 눈이 떠 진다는 것이다. 일어나는게 힘들지 않고, 진정이가 엄마 부르면 눈이 딱떠진다.
-11시 30-12시 사이에 진정이랑 선준이랑 다 낮잠잔다. 아마도 일찍 일어나니까 낮잠도 일찍 자나보다(늦게 일어나면 2시에 잠들고 3시에 일어나서 밤에 다시 재우는게 매우 힘들때가 있었다.)
- 3시 넘어가면 언제 깨우지.. 깨워야 밤에 자는데 라는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고 낮잠을 푹 잘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 정신이 깨어 있으니 점심먹고 다른 지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진다 (블로그를 쓰는거)


사람맞다 맞는 생활패턴이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일찍 자고 일찍일어나야 다음날도 활력있게 보낼 수 있었진다는걸......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그걸 실천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가 어렵다.
이틀째 잘해오고 있는데, 이 결심히 무너지지 않기를!